아이디/패스워드 기억
Total : 1,704,729
Yesterday : 67
Today : 21
  • KakaoStory Band twitter facebook Google+ 싸이월드 공감
  • ♧짱아♧ | 2008.02.25 15:30 | 조회 8071

    2002년 오린겐경기 참가기록

    글.사진 방송대 산악부 최향옥

    목적 : 오리엔티어링대회 참가기 장소 : 스웨덴 SKOVDE, 핀란드 TRUK

    기간 : 2002.7.17(수) ~ 8.2(금) 16박 17일

    대원 : 최향옥(방송대산악부6기) 허순옥(방송대산악부14기) 문정만(123클럽) 하태현(kjo클럽)


    환율 : 스웨덴 1SEK = 130 (스웨덴 크로나만 사용) 핀란드 1E = 1250 (유로화만 사용)


    7.17(수) 출발 첫째날


    09:00 인천공항 도착(김종규, 조용훈 차량및 기타지원) 환전,보험가입,식사

    11:44 이륙(TG629편,타이항공) 아, 드디어 우여곡절끝에 비행기를 탔구나! 함께 가자고 적금까지 들어가며 손꼽아 기다리던 애란이와 춘엽이가 참가신청을 해놓고도 집안의 우환으로 끝내 동승을 하지 못한것이 못내 서운하고 아쉽다.


    15:30 홍콩 도착

    16:30 홍콩 출발

    18:50 방콕 도착(비행기 바꿔타느라 대기) 이곳에서는 한국어로 안내방송을 하였고, 승객의 대부분이 한국사람들이었다. 주머니사정 고려하여 좀더 싼 요금을 찾다보니 방콕에서 여러시간을 기다려 갈아타야 하는불편 감수. 한국에서 먼저 출발한 123클럽의 문정만씨와 합류함.


    알프스3대북벽을 등반하기 위해 출국한 강릉대산악부원 6명과 지루함을 달래며 이런저런 얘기. 막내둥이 01학번 정수여(여)학생은 백두대간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한달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 백두대간을 한 번 해보겠노라 의욕이 넘쳤다.


    긴 시간을 기다리지만 이곳의 교통사정을 감안하여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고, 안에서 아이쇼핑으로 시간 때우느라 정말 지루.

    7.18(목) 출발 둘째날


    03:15 방콕 출발(현지시간 01:15 한국이 방콕보다 2시간 빠르다)


    13:37 스웨덴 스톡홀름 ARLANDA공항 도착(현지시간 06:37분) 한국이 스웨덴보다 7시간

    빠르다. 문정만씨 가방은 왜 그리도 큰지 거들어주지도 못하면서 자못 걱정이 된다.

    지금부터는 현지시간으로 기록함


    07:25 공항1층에서 지도를 구하여 오늘의 목적지인 SKOVDE확인 귀국티켓 컨펌.


    08:30 SKOVDE행 교통편을 여행자안내소에서 확인. 기차표 구입하기 위해 안내소에서 가르쳐준 곳으로 이동하였으나 창구같은것이 보이지 않아 지나쳤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옴.

    출발부터 영 오리엔티어링이 시원치 않다.

    티켓창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던 그런곳이 아니었고, 카페 비슷한곳에 컴퓨터한대가 놓여 있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기차삯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 놀랬고, 좀더 싼표를 요구했으나 그것이 싼것이라 한다.

    1인 SEK609.- (X2000 EXPRESS) 출발시간까지 시간여유가 있었으므로 화장실에 번갈아 다녀오며 세면.


    09:20 기차는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바로 탑승할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탑승자들이 별로 없다. 왜 그럴까?


    09:40 센트럴스테이션(중앙역)도착 이곳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됨. 하차하여 다른건물로 들어가 플랫폼 번호를 확인하여 대기.

    배가 고파 역사안에 있는 마켓에서 바나나 5개(SEK25.-)구입(문정만씨 지급)하여 남의

    시선 상관없이 우기적우기적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1SEK = 130


    10:37 중앙역 출발

    10:10분 출발예정이었으나 20분 연착되는 바람에 불안초조, 말도 통하지 않는데다가 이런곳 에서도 기차가 연착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도 어째 잘 모르고.. 목빼고 기다리던 예테보리행 기차가 들어온다. 기차는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근사했다. 내부는 가운데에 테이블이 있어 마주보고 앉게 되어 있었고 공간도 넓어 아주 쾌적. 다른칸에 매점이 있어 샌드위치와 음료수 약간을 구입(SEK71), 식사.


    14:40 SKOVDE도착

    안내방송을 하였을텐데도 발음이 들리지 않아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뻔 하였음. 역에는 대형 콘트롤마크가 설치되어 오링겐시티임을 확인. 기차안에서는 괜찮았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이곳에서는 화장실이 유료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잠시 깜박. 화장실같지 않은 화장실은 문이 잠겨 있어 잔돈 5SEK 들고 다시 화장실로 직행, 마침 볼일마치고 나오는 아줌마가 있어 염치불구하고 문닫히기 전에 공짜로 슬쩍, 5크로나 벌었다.


    역사밖으로 나오니 눈에 익숙한 오링겐기와 스웨덴국기가 바람에 휘날린다. 대회본부까지는 일정한 간격으로 걸어놓은 테이프를 따라 한적한 길을 10분 정도 걸으니 나타났다. 아직 준비중이라 본부와 마켓도 한산하였다.


    대회본부는 유명한 자동차회사 VOLVO 바로 옆에 위치한 군부대안이었다. 사무실을 찾아가 클럽참가 체크인을 하고 SI카드와 셔틀버스 승차용 초록색티켓 그리고 클럽 확인카드를 받아들고 숙소에 대해 물어보았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학교)는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아 다소 곤란해하던 주최측에서는 여기저기 연락을 하더니 잠시 기다리라 한다. 마침 우리와 똑같은 형편에 처한 일본인 여학생도 함께 대기. 기다리던 우리를 데리고 간곳은 본부에서 약300여미터 떨어진 군인숙소. 이층 두번째 방은 15인용 이었는데, 이곳을 사용하던 군인들은 오늘 휴가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곳은 오링겐기간동안 숙소로 제공되는데, 사용료는 일주일에

    500크로나, 우리돈으로 약 65,000정도다. 그곳에는 우리외에도 다른외국인이 대여섯명 더 있었다. 고맙게도 하룻밤의 숙박비는 무료. 화장실과 공동샤워장을 사용할수 있었으나 취사는 불가. 제일먼저 샤워를 하고 싶었는데 전부 오픈이 되어 있어 언제 군인들이 들이닥칠지 불안하여 포기.


    15:30 대충 짐을 정리하고 본부내에 마련된 스포츠용품 판매장을 쇼핑(손가락에 끼우는 나침반 1개 구입)하고 캠핑용개스는 이곳에 없어 역근처의 스포츠용품상에 들려 개스구입

    (대형2통 * SEK89 = SEK178).


    17:30 가까운 공원에 자리를 잡고 물을 사려 했으나 파는데가 없어 애를 먹음. 이곳에서는

    물이 깨끗해서 그런지 생수를 파는데가 없어 문정만씨가 수고. 신라면과 햇반 김 명란젖으로 저녁식사. 밥먹는 중에 비가 오락가락하여 테이블들고 커다란 나무밑으로 이동.

    일본인 여학생(미야우찌)과 함께 했는데, 체격은 작아도 산에 다니는 사람답게 눈치가 9단, 매우 싹싹하고 다부지게 생겼음. 교토대2년이라는 이 여학생은 오리엔티어링을 한지

    2년차가 되었으며, 암벽도 하고 수영과 사이클도 탄다고 하는데, 이 대회가 끝나면 체코로

    건너가 세계학생선수권대회에 참가 한댄다. 이럴때 우리나라 철없는 여학생들이 갑자기

    생각나는 이유는?


    20:30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한국에서 가져간 매실주를 들고 한방에 있는 85세클라스에

    신청한 할머니와 주거니 받거니 한잔, 그 할머니는 한국의 서울을 알고 있었고 한번 다녀온적이 있다는데 서울은 매우 넓고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씀하셨다.

    그 뒤 꿈속으로~

    ▼대회장에 게양된 태극기
    대회본부에 휘날리는 참가국의 국기. 태극기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캠핑장과 skovde시 전경

    ▼시가지 지도


    7.19(금) 셋째날


    07:00 기상

    시차로 인한 피곤함때문인지 굉장히 잠을 많이 잤다.


    08:00

    아침식사 때문에 밖으로 나와야 했기 때문에 세면후 짐을 챙겨 아예 숙소를 나옴. 군인숙소

    앞에 위치한 간이레스토랑 앞마당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잡고 빗물을 닦아내고 식사준비.

    변함없이 라면과 햇반으로 밥을 먹고 있는데 오랫만에 반가운 한국말이 들린다.

    "딱 걸렸어" 하태현씨가 도착했다. 함께 아침식사.


    09:25 대회본부에 가서 트레이닝 지도2장씩을 구입(SEK60.-)


    10:25 예약해 놓은 숙소를 지도상에 표시하여 주고 찾아가라 한다. 숙소인 VASASKOLAN

    (학교)은 대회본부에서 도보로 약 10~15분거리상에 위치. 그러나 학교는 12:00에 오픈한다고 하여 건물안 복도에 짐을 놓고 연습경기장으로 작은배낭과 지도만 들고 이동.

    2번 연습경기장은 숙소에서 무려 4KM떨어진 호숫가로 도보로 약 1시간정도 소요되었다.


    12:15 연습경기장 도착

    잔디밭 한쪽에 배낭을 놓고 옷을 갈아입은 후 제한시간을 정해 놓고 각자 코스선택하여 출발. 연습경기장에는 다른 오리엔티어들도 꽤 있었으나 워낙 넓은 지역이라 표시나지 않았다. 경기장은 돌과 습지가 많았고 나무가 울창한 숲속은 한낮에도 컴컴하여 인적이 드문곳에서는 두렵기까지 하였다. 등고선상의 봉우리와 계곡은 세심하게 신경쓰지 않으면 봉우리인지도, 계곡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쉬웠고, 비슷비슷한 지형이 많은데다가 습지 또한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도 한번 빠지면 고역이었다.

    흙봉우리가 우리와 약간 달라 애매하였고, 한국에 없는 탑이 많았다.

    통행곤란지역과 통행가능지역이 지도상에서는 쉽게 구분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구분하기

    힘들어 내 위치찾는데도 힘이 들었다.

    결국 제한시간인 2시까지 5개의 콘트롤을 찾는데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는데도 여전히

    감이 잘 않 잡혔다.

    간식으로는 이곳에 오기전 주유소매점에서 구입한 사과4알과 기다란 식빵이 전부. 제대로 된 밥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이곳에서는 먹어도 먹어도 포만감이 부족하여 늘 허기진 느낌이 들었다. 하태현씨와 문정만씨는 온몸으로 숲속을 뒹글다 온 사람처럼 진흙뻘 투성이었다. 몸을 씻기 위해 호수로 들어가 숫제 수영을 즐긴다. 이럴줄 알았으면 한국에서 가져온 수영복을 가져올것을...


    16:40 학교 도착

    예약한 것을 체크하고 교실을 배정받았다.

    한개의 교실에 15명씩 배정되어 있었고, 마루바닥이 아닌 대리석 바닥이어서 차가웠다.

    책걸상을 한쪽으로 미뤄놓고 나와 순옥이가 창가에, 문정만씨와 하태현씨는 출입문의 대각선 방향에 자리잡고 각자 짐을 풀고 정리. 교실은 아주 밝고 깨끗했으며 식수대까지 교실안에 있었다.

    이곳 역시 교실안에서의 취사가 금지되어 밖에 나가 취사. 저녁식사로는 햇반1개씩을 데웠고 국은 한개만 끓여 공동으로 국물만 떠먹었으나 밥이 워낙 적어 1개 더 먹었다.

    하태현씨가 전기포트를 가져온것이 굉장히 유용하게 쓰였다. 물이 금방 끓어 밖에 나가 버너를 켜지 않아도 될뿐 아니라 수시로 안에서 차를 마실수 있었다.


    일찍 식사를 마치고 다운타운가까지 산책, 오후6시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에 거리는 한산. 방금 저녁식사를 하고 나왔지만 버거킹에 들어가 햄버거와 콜라, 포테이토를 사서 간식(SEK39.-).


    20:30 샤워, 세탁

    화장실은 출입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있었고, 장애인용 1개와 일반인용이 있는데, 장애인용은 휠체어가 들어가서 편하게 사용할수 있을만큼 넓었고, 비상시를 위해 벨까지 알맞은 위치에 달려 있었으며, 화장지와 종이수건 그리고 액체비누까지 정갈하게 놓여 있다. 그러나 샤워장은 다른건물 지하에 있어 밖으로 나가야 했으며, 이곳에서 샤워는 물론 빨래, 식기세척, 운동화세척까지 할수 있었다.


    21:30 백야현상 때문에 저녁9시가 넘었는데도 밖은 아직도 환하다.

    잠을 자야 되겠는데 창밖이 밝아서 눕기가 이상하지만, 워낙 피곤했는지 옆자리의 순옥이는 잠이 들었다. 바닥이 차가워 침낭속으로 깊이 들어가 억지로 눈을 감는다. 진정 지금이 새벽인지 아침인지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않된다. 모를일이다. 회색빛 하늘은 아직도 밝기만 하다.

    ▼스웨덴 풍경2

    7월20일(토) - 넷째날


    07:10 기상

    메트리스의 폭이 너무 좁아 팔꿈치가 바닥의 차가운 곳에 닿아 어설픈잠에 빠졌다 깨었다

    하기를 반복하다보니 늦잠을 잤다.


    09:30 숙소출발

    오늘은 오링겐의 개막식이 있는날이다. 과연 개막식은 어떻게 치룰지 자못 기대가 크다. 일찌감치 연습경기를 마치고 들어오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어제의 힘들었던 도보여행

    은 이제 그만 하기로 하고 버스를 타기로 하였다. 다운타운가로 나가 매점에서 간식을 사며 버스편을 알아보니 4명이면 버스보다 택시를 타라고 일러주며, 원한다면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친절하게 물어준다.

    서울에서처럼 아무데서나 손만 들면 달려오는 택시가 아니었다.

    잠시후 도착한 택시는 멋있는 "벤츠". 그러나 감탄사는 어느덧 불안 초조감으로 바뀌었다.

    창밖 한번보고 요금기 한번보면 10크로나씩 착착 올라갔다.


    10:45 드디어 목적지 도착.

    20분 소요시간에 요금은 SEK137, 거기에 팁을 합쳐 SEK150를 하태현씨가 내었다. 어차피 돌아가야 하겠기에 13:00까지 지금 그 자리로 다시 와 줄것을 예약하고 트레이닝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자리잡은 곳은 자동차 대여섯대가 주차할 만한 공간이 있는 길가였다. 한국이라면 이렇게 짐을 놓고 산속으로 절대 들어갈수 없을것이다.

    날씨의 변화가 많고 언제 비가 내릴지 몰라 배낭과 옷가지들을 판쵸로 잘 다둑거려 놓고 제한시간을 정하였다. 나와 순옥이의 트레이닝효과를 높이기 위해 두명씩 조를 이루어 연습하기로 하고 하태현씨와 동행하였다.

    어제는 펑퍼짐한 지형에 습지가 많고 등고선이 별로 없는곳이었는데도 막상 들어가 보니 어디가 어딘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아 많이 헤멨었었는데, 오늘지도는 어제보다 더 복잡해보여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출발.

    트레이닝을 하면서도 하태현씨는 한순간도 걷지않고 계속 뛰었다. 지도에 황색으로 처리된 트인땅도 키작은 우리들에게는 장애물이었다. 키큰 사람들이 캥거루마냥 껑충껑충 뛰어서 지날수 있을지라도 무릎까지 오는 잡풀숲을 똑같이 뛰기란 애초부터 무리였다. 트인땅과 습지를 지나고 큰도로를 가로질러 소로 중간에 위치한 봉우리의 1번을 찾았을때는 벌써 온몸은 땀으로 범벅. 2번을 보니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아쉽게도 콘트롤디스크립션은 기호가 아닌 스웨덴어(영어와 완전히 달름)로 되어 있어 무용지물.

    2번은 인위적으로 쌓아놓은 얕은 돌탑같은 것이었다. 4번역시 돌탑이었는데 철조망을 타고 넘어 냇물을 건너 길 오른편의 트인땅 안쪽의 작은 봉우리에 위치했다. 몇개를 찾다보니 지형지물이 확실하여 어제보다 훨씬 수월하고 재미있었다. 머리는 이제 물에 빠졌다 나온 사람처럼 되었고 신발역시 진흙투성이다.

    온몸이 파김치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달리기만 하는 파트너 왈 "뛰지 않으면 모기들이 사정없이 덤벼들으니 어서 뛰어". 아닌게 아니라 시커먼 모기들이 눈앞에서 알짱거리며 함께 달리기를 한다.

    10개째까지 함께 다니다가 체력의 한계를 느낀 나는 그곳에서 도착지점으로 향했고 파트너는 큰길 건너편에 있는 여섯개를 마저 찾고 온다고 쏜살같이 달려간다. 주행곤란 지역의 작은 봉우리 13번은 한낮에도 컴컴한곳이었다. 트인땅의 모서리에서 방향을 재고 약60미터쯤 들어가니 반갑게 나를 반긴다. 길 반대편의 주행가능지역안에 있는 개울가의 흙구덩이까지 찾고 땡볕의 큰길을 따라 출발지점으로 가서 마무리.


    12:15 아직 들어온 사람이 없다.

    다른 오리엔티어들 한두명이 옷을 갈아입고 쉬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옷벗고 입는데 아무도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 위아래옷들을 그냥 훌훌벗고 편안하고 느긋하게 갈아입는다. 나도 전염이 되었는지 아무렇지 않게 옷을 벗는다.

    바로 옆에는 커다란 벚나무가 있었는데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손이 닿는대로 부지런히 따서 입으로 입으로. 정말 맛있다.

    얼마후 문정만씨 도착, 그리고 또 한참후 순옥이도 들어왔는데 하태현씨가 감감무소식.

    약속한 1시가 다 되어갈무렵 하태현씨 도착. 시간이 촉박하여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그대로 약속장소로 갔는데 택시가 연착이다. 길가에 서성이며 간식을 먹고 있으니 택시 도착. 이번에는 여자기사다. 아주 상냥하고 친절. 돌아갈때는 나와 순옥이 몫의 택시비 SEK100를 하태현씨에게 지불.


    13:30 숙소도착

    샤워하고 점심먹고 휴식.


    16:00 개막식은 저녁6시이므로 개별행동하기로 합의. 순옥이와 함께 가벼운 옷차림으로

    숙소를 나섰다. 가벼운 옷차림이래도 작은 배낭에 오버트러우저와 우산은 필수품. 어제 오늘 스패츠가 없어 애를 먹은것을 생각하고 마트에 가서 당장 구입. 스패츠값이 금값이다. 대회본부와 마트에는 오리엔티어들로 북적거리고 캠핑장에는 캠핑카와 텐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차 있어 이제서야 정말 오링겐에 참가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뿌듯해졌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42개국의 참가국 국기들의 춤사위속에서 선명한 태극기를 찾아냈을때는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다.

    월드컵기간내내 우리앞에 친근하게 다가선 태극기이지만 이곳 이국땅에 휘날리는 태극기는 더더욱 반갑고 믿음직스러웠다. 기대했던 개막식은 군인들의 오토바이쇼 축하공연이 있을뿐이었다.


    21:00 숙소로 돌아와 저녁식사후 내일 있을 경기에 대비.

    배번 달고, 머리띠 챙기고, 카메라 넣고, 우산넣고, 신발 챙기고, 중요한 SI카드 꼭꼭 넣고,

    나침반 확인하고, 세면도구 챙기고, 셔틀버스 승차권챙기고, 마지막으로 간식도 챙기고...

    순옥이 경기시간이 가장 빨라 내일아침은 모두 함께 출발하기로 하고 마무리.


    22:20 약간 긴장속에 취침.


    ▼오린겐 경기지도


    다섯째날 - 7월21일(일) : ETAPP 1(레이스1)


    05:30 기상 및 짐꾸리기

    드디어 오늘 오링겐이 시작된다.

    꿈속에서 만났던 그 수많은 오리엔티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물안을 탈출하는 날.


    06:00 숙소(학교)출발

    셔틀버스는 5분간격으로 대회장을 오가는데, 첫차가 6:30분이었다.

    대회본부옆의 어디쯤에서 버스를 타겠거니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4명이 서로 믿거라하고 버스타는곳을 확인하지 않은 결과였다.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지도를 꺼내어다시 확인. 일찍 서둘러 나온것이 도움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일찌감치 배낭들고 나온 사람들이 자전거로 도보로 한곳으로 향하고 있다. 이곳의 일반적인 교통수단은 애어른 할것없이 자전거다. 첫날경기에 하필 순옥이가 제일 먼저 출발시간이 잡혀 있다. 대회 첫주자의 출발시간은 09:00부터인데 순옥이가 09:08분. 경험많은 하태현씨의 출발시간은 11:00이후인데도 우리의 가이드로서 함께 행동하기로 했던 것이고, 문정만씨 역시 13:00 이후임에도 같이 출발하기로 했던 것이다.


    06:30 버스승차장 도착, 탑승

    어제 오토바이 쇼를 했던 넓은 초원을 지나 군인숙소도 지나고 캠핑장 A.B.C구역을 지나고도 한참을 걸어 도착한 승차장에는 버스들이 길게 줄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진행요원들은 출발시간이 빠른사람부터 어서 타라고 안내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바로 표를 보여주며 탑승했다.


    07:10 경기장 도착.

    버스는 정확하게 40분만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여기서 오늘의 대회본부까지는 또다시 도보로 800미터 이동.텐트치고, 옷갈아입고, 화장실 다녀오고, 태극기와 클럽기 달고.정선이에게 빌려온 빨간 텐트는 이곳사람들의 커다란 텐트 때문에 더 작아 보였다.


    08:00 국기게양식

    방송으로 참가국가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파란하늘에 서서히 태극기가 올라간다.

    국기에 대한 경례. 우리들은 본의 아니게 대한민국을 대표한 선수들이 되었다.


    08:20 출발지점으로 이동

    각클라스마다 출발구역이 달랐기 때문에 본인의 배번에 표시된 후원회사의 로고가 인쇄된 스티커를 따라 가야 한다. 다행히 순옥이와 나는 같은 후원회사였다. 출발지점까지는 3200미터. 중간중간에 식수대가 있는데 컵을 회수하기 위한 막대기가 길가에 죽 꽂혀 있어, 마시고 난 빈컵은 막대기에 엎어놓기만 하면 되었다. 간이화장실도 빠질수 없다.(남녀는

    구별되어 있었지만 일단 들어가면 나체쇼, 그 다음은 상상에 맡김). 볼일 마치고 나오면

    손을 씻을수 있는 물까지 준비. 참 편리한 나라.

    09:00 출발지점 도착. 출발은 별반 다르지 않다. 3분전에 들어가 SI카드 번호와 출발시간

    확인받고, 그다음 칸에서 자신의 클라스지도를 골라내어 갖고 기다렸다가 신호음에 맞춰

    출발.


    여자 롱코스와 쇼트코스가 다같이 이곳에서 출발하였다. D21클라스에 신청한 미야우찌

    학생을 만났다. 한국말로 화이팅이 무어냐고 묻는다. "잘해"라고 대답했더니 순옥이에게

    "잘해"하며 외친다. 절로 웃음이 나온다. 09:08 순옥이 출발.


    09:11 미야우찌 출발.

    "미야우찌상 잘해" 하며 나역시 외쳐준다. 손을 한번 번쩍 들어 보이며 달려 나간다.


    09:34 드디어 출발.

    콘트롤은 7개, 거리는 3610미터. 콘트롤의 고유번호가 지도상에 순서와 함께 인쇄되어 있어 훨씬 편리했다. 골 습지 봉우리 돌 그루터기등 다양하다. 어려워보이지는 않는데 어떤 루트를 선택해야 될지가 고민되었다. 첫날이니만큼 헤메기보다 안전위주로 선택하여 약간 돌더라도 확실하게. 1번은 작은 골짜기로 생각했던 지점보다 조금 더 올라가 있었지만 쉽게 안착. 조금씩 감이 오기 시작한다. 이곳에서의 관건은 어떤 코스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시간차이가 굉장히 많이 났다.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달려나오는 오리엔티어들의 모습은초원의 동물들을 연상케 할 만큼 박진감이 넘쳤다.7개를 모두 수월하게 찾고 골인지점을 향하여 달렸다.

    골인지점으로 들어올때 역시 후원회사의 로고가 걸려있는 칸으로 들어가야 된다. 웃으면서 힘껏 달려들어오라는 당부를 받았기에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다해 보지만 구름다리를 오를때는 탈진,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달리고 또 달렸다. 골인.물을 마시고 기록판앞으로 다가가니 컴퓨터로 계산된 결과가 벌써 나붙었다.소요시간 63분 10초. 텐트에 돌아오니 순옥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사진 찍어 줄테니까 구름다리 위에서 꼭 양팔을 벌리고 웃으며 들어오라던 문정만씨는 하태현씨와 한담중.


    대회장은 골인지점 좌우로 텐트치는곳과 앉아서 휴식할수 있는 곳을 지정해놓은 공간이

    있고 가장자리에는 매점들이 즐비.


    조금후 순옥이도 들어왔기에 샤워장으로 직행.

    약간은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샤워장은 돗대기 시장. 일렬로 늘어선 수도꼭지밑에서 수많은

    벌거숭이들이 춤추고 있었다. 그나마 옷을 벗고 기다려야 순서가 돌아올 지경.

    아예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 샤워장 앞에 있는 세면대에서 운동화만 헹구고 세수로 마무리.

    내일의 골인지점도 같은 곳이기에 텐트는 그대로 두었다.


    15:30 대회장 출발.

    16:10 C-ORT 도착(총본부)


    17:20 어제 못찾았던 수퍼마켓(WILLY'S)에 가서 장보기. 오늘은 순옥이와 내가 담당. 고기가 먹고 싶은데 후라이팬이 없어 고민하다가 콕헬로도 가능한 케밥용 돼지고기와 상추, 오이피클 구입. 벌써부터 입에서 군침이 돈다. 오랜만에 밥한번 제대로 먹나보다.


    18:30 식사 및 설거지 완료

    19:30 샤워 및 세탁

    첫날 함께 묵었던 건장한 청년들은 다른 교실로 가고 노르웨이에서 온 일가족5명과 또다른 노르웨이 소녀들 4명으로 교실분위기는 한결 화기애애. 노르웨이 가족에게 인삼차를 나누어주었더니 매우 좋아하며 내일 경기를 잘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다.


    22:15 취침.


    ▼오링겐의 습지는 어떻게 생겼나?

    저렇게 빠지고도 곧바로 아무렇지 않은듯 다시 달려 가는 오리엔티어들!!


    여섯째날-오링겐2일째-7월22일(월)


    05:00 기상 및 세면. 식사후 도보로 버스승차장으로 이동.

    07:20 버스승차

    07:50 버스하차후 도보로 800미터 이동.

    08:10 TC도착(당일 대회본부)

    10:05 오늘 출발지점은 어제보다 조금 짧은 2200미터여서 느긋하게 행장을 차리고 이동.


    10:40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많은 비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맑은

    날씨보다는 마음이 불안해진다.

    10:50 허순옥 출발 순옥이가 출발하고도 내 순서까지는 30여분이 남아 있어 대기구역에서

    될수있는한 천천히 온몸운동을 하며 지루한 시간을 죽인다.


    11:22 드디어 출발.

    총9개의 콘트롤이 있었으나 지도가 눈에 훨씬 잘 들어와 경기가 순조롭게 풀린다.


    1번은 아주 얕은 테라스로 길옆에 위치.

    2번은 북동방향으로 약750미터 지점의 보행가능구역안에 있는 도랑끝이었는데,

    대략30미터 간격으로 우마차로가 많은 구역이어서 정신집중을 요하였다.

    3번은 동쪽방향으로 350미터 지점으로 봉우리들 사이에 있는 계곡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안착. 4번가는길이 예사롭지 않다. 습지와 벌채지가 많은 지역으로 달리기가 쉽지않다.

    이런 지역에서는 숲속을 마구 달리는것보다 길을 이용하는것이 체력소모가 덜할것같아

    벌채지안의 길을 찾아 들어간 다음 벌채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음 체크포인트를 찾기로

    했다. 예상대로 길은 오리엔티어들로 복잡하였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참이라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에서는 미끄럼과 나무줄기에 걸리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써야 했다.

    목적지는 건너편 능선상의 세 봉우리중에서 제일 서쪽에 있는 봉우리. 후다닥 달려 내려

    갔다가 반동으로 달려올라갔다. 5번은 동쪽으로 350미터 떨어진 지점의 나무그루터기

    였다. 직선공격보다는 식생계를 이용한 우회로 이용. 보행곤란지역을 지나 주행가능지역

    안이라 쉽게 발견.

    6번은 남쪽 400미터 지점의 숲속의 빈터. 보행곤란지역 너머 주행가능지역이었으나 길을

    이용하여 녹색지대를 통과한후 사거리에서 방향을 재어 공격. 7번은 길에 있는 식수대를

    첫번째 체크포인트 삼아 달린후 방위각을 재어 200미터 지점의 숲속의 빈터를 공격.

    8번이 가까워지자 각클라스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어 어렵지 않게 사거리에 있는

    콘트롤을 찾을수 있었다. 이제 지도를 접고 마지막 콘트롤을 향해 혼신의 힘을 모은다.

    9번을 찍고 구름다리를 넘어 드디어 골인.


    12:10 도착.

    우리 베이스캠프에서는 하태현씨가 준비중이었고, 일찍 출발했던 문정만씨는 샤워하러 갔다고 한다. 카메라를 집어들고 골인지점으로 달린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순옥이를 잘하면 찍어줄수 있을것 같다.

    12:45분경 순옥이가 골인하는 모습을 촬영. 순옥이 역시 오늘은 쉽게 경기가 풀렸는지 표정이 밝아보인다. 늦게 출발한 하태현씨 짐을 잘 다독거린후 텐트철수하여 짐을 정리하고 세명만 먼저 본부로 귀환. 14:20 셔틀버스 승차. 15:00 버스하차. 무지막지하게 내리는 비로 세명 모두 물에 빠진 생쥐꼴로 대회총본부에 들려 전날 기록과 성적 확인.


    16:00 숙소도착.

    오늘은 어제보다 성적이 조금 올랐다. 등수도 올랐지만 소요시간도 많이 단축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잘한만큼 남들도 잘했기에 1등과의 격차는 어제나 오늘이나 여전했다. 소요시간 49분30초(92등)이틀간의 토탈성적은 116등으로 어제보다 11등이나 올라갔다.

    내일이 기대된다.


    ▼연습경기지도 1



    일곱째날-오링겐3일째(7월23일-화요일)

    소제목 : 신나고 맥빠지고..


    오늘의 출발시간은 점심때. 느긋하게 06:00에 기상하여 식사를 마치고 독서까지. 그러나 대회장까지 가는 셔틀버스는 11시30분이 막차이므로 08:30경 숙소출발. 09:20 버스승차,출발

    10:10 대회장 도착. TC까지는 도보로 900미터인데 전날 내린비로 인해 길은 엉망진창. 이곳

    사람들 대부분이 신고가는 장화가 부럽기만 하다. 게다가 오락가락 하는 비 때문에 우산과

    우비 또한 필수품.


    순옥이가 먼저 출발구역으로 이동하고, 출발시간이 매우 빨랐던 하태현씨는 이미 경기를

    마치고 숙소를 향해 가는 것을 지켜보며 나도 출발구역으로 이동.

    내 클라스의 출발구역은 1750미터 떨어진 보리밭이었는데, 그곳만 추수가 끝나있었다. 12:21 출발

    테레인은 대부분이 주행지역의 흰색바탕에 벌채지가 군데군데 띠처럼 분포되어 있었고 보행곤란의녹색구역은 아주 적었으나, 구덩이와 함몰지가 무수히 많은 그런곳이었다.


    스타트콘트롤마크가 걸려 있는 곳도 구덩이였고, 동쪽 250미터 지점의 1번 역시 주행

    가능지역의 구덩이였다. 식생계와 길을 기준으로 쉽게 안착.

    2번은 동북방향으로 550미터 지점의 주행가능지역안의 구덩이. 가로지른 길을 건너 식생계를 따라 가다 모퉁이에서 다음 길을 목표로 삼고 주행가능 지역을 달린다.

    가로지른 길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등고선과 송전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달려 송전선 앞의

    도랑확인후 구덩이 체크. 3번은 약 100미터 거리의 정동쪽 봉우리아래 테라스로 한번에 달려 오케이.


    4번은 정북방향으로 600미터 지점의 작은 봉우리.

    우선 송전선을 가로지른다음 주행가능지역을 통과하여 길을 건너고, 다시 주행가능지역

    을 지나 그다음의 벌채지가 나올때까지 달리기. 벌채지를 조심스럽게 통과한후 주행가능

    지역을 달려 왼쪽에 있는 길을 체크포인트삼아 방향 수정. 길이 나타나자 이번에는 작은

    갈림길이 나올때까지 전진. 갈림길에서 방위각으로 함몰지옆의 봉우리 공격.


    5번은 쉬워보이는 곳이었으나, 가운데 박혀있는 모래밭 언덕을 어디에서 공격하는가에

    따라 체력소모가 많은 조금 난해한 지역이었다. 그런데다 지도상의 넓은 함몰지를 작은

    산봉우리로 착각하여 사면을 가로질러 오른쪽의 사면으로 올랐다. 발이 푹푹빠져 생각

    처럼 빨리 달려지지 않고 힘만 들었다.

    능선에 붙어 다시한번 지도를 확인할때에야 능선아래의 계곡에 붙어있는 함몰지임을 알았을때의 허탈감이라니... 어쨌든 다시 내려달려 쉽게 체크.


    6번은 북쪽 150미터 지점으로 돌무더기 옆의 철조망이었고, 7번은 북서방향으로 250미터 지점의 흙봉우리데 주행가능지역을 가로질러 쉽게 안착.


    그러나 8번 구덩이에서 잠시 혼돈, 가로 세로길이 많이 얽혀 있고 작은 골이 무수히 많았

    는데 목적지 못미쳐의 골에는 다른번호의 콘트롤이 나를 약올리고...

    얼른 튀어나와 다음골에서 체크.


    9번은 북서방향의 작은 함몰지로, 꺽어지는 길을 체크포인트 삼아 100미터 달리기.

    10번은 숲속의 트인땅으로 거리가 멀긴 하지만 뚜렷한 체크포인트인 민가를 지나

    있어 달리고 또 달리고.

    11번은 모든 클라스의 공동콘트롤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달리는 곳으로 같이

    뛰기만 하면되었다. 마지막 골인지점까지 350미터는 1분이라도 시간단축할 욕심에

    죽어라고 달렸다. 숨이 턱에 차서 골~인.


    오늘의 소요시간은 46'33"로 98등.

    놀라운 것은 같은 클라스의 1등 기록이 26'24".

    기가 차서 말이 않나온다. 그냥 달리기만 해도 그것보다 더 걸릴것 같은데...

    어제보다 시간은 단축되었으나 등위는 더 내려갔으며, 이로써 3일간의 토탈성적은

    114등이 되었다.

    곧이어 순옥이도 도착. 텐트를 철수하고 돌아갈 채비를 마친다.


    14:10 대회장 출발

    15:00 버스하차. 내리는 장대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숙소도착.

    옆의 노르웨이 가족은 부부만 말끔하게 차려입고 아이들을 놓아둔채 외박을 나갔다.

    아이들도 저희들끼리 식사를 챙겨먹으며 자유로웠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식을 아끼느라 과잉보호 하면서도 책임과 의무를 제대로 가르치

    지 않는것과는 참으로 많은 차이가 있는것 같다. 가족이면서도 개인의 자유가 마음껏

    행사되어지는 그런모습들 정말 보기 좋았다.


    학교에 들어서면 피난민 수용소를 연상케 한다. 입구부터 시작해 곳곳에 신발을 비롯해

    스패츠, 옷가지들이 죽 널려 있는데, 세탁하지 않은것들이 더 많아 여간 지저분한 것이

    아니다.


    20:00 내일 경기가 없는 탓에 식사를 마치고 다들 느긋해졌다. 모처럼 쉬는날이니 만큼

    관광을 하고 싶었지만 멀리 갈수가 없으니 근처에나 둘러 볼밖에.. 23:00 꿈나라로~.



    여덟째날-오링겐4번째 경기(7월 25일-목요일)


    상승세를 타던 컨디션이 하루 쉬면서 약간 주춤하더니, 새벽부터 많은 비가 쏟아지고 멈추었다를 반복함에 따라 불안감으로 변해갔다.


    06:00 기상하여 조식과 경기준비를 마치고 숙소를 나설 때에는 10시가 조금 넘었다.10:55 버스하차.대회장 가는 길은 오늘도 질퍽질퍽. 짐을 줄이느라 여벌신발은 샌달뿐이었는데

    미끄러운 진창길 때문에 몇 번이나 몸이 기우뚱, 발목 다칠까 겁도 났다.

    거리도 1600미터나 되는데, 그 긴 행렬은 마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을 찾아가는이스라엘 백성들 처럼 보였다.지금 이순간 제일 갖고싶은것은 목이 긴 장화뿐!


    출발구역까지는 1000미터로 짧은편. 이제는 웬만한 거리는 걷는것도 아니었다. 도보로 30분 거리는 기본.


    13:04 출발

    지도를 집어든 순간 현기증이 날만큼 어찔하였다. 프로그램북에 지도의 일부가 나와 있어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이럴줄은 몰랐다.얕은 봉우리들과 습지와 벌채지와 바위 그리고 또 바위들.1번은 동북방향으로 200미터 지점의 통행곤란지역과 벌채지의 경계에 있는 나무그루 터기로 쉽게 찾았다.2번은 정북에서 약간 서쪽으로 치우쳐 있는 얕은 봉우리 사이의 북쪽 골이었다. 그러나 400미터 떨어진 그곳까지는 잡목지대와 벌채지와 습지가 도사리고 있어 코스잡기가 어려웠다.

    우선 벌채지와 잡목지대의 경계를 따라 습지까지 도착, 될수 있는 한 습지대 통과를 짧게 해 보려 왼쪽의 벌채지 경계를 따라 북상, 이정도 쯤에서 건너면 될것 같아 들어선 습지는 한발을 딛는 순간 공포분위기로 급변, 예상보다도 훨씬 깊이 들어가는 바람에 몸의 균형이 깨져 기우뚱.

    허겁지겁 다시 되돌아 나와 다시 북상, 이번에는 조금 덜 깊어 보이는 곳으로 조심조심 한발 한발. 목표지점을 재어가며 정확히 간다고 했지만 이리저리 얕은곳을 골라 디디며

    가다보니 방향은 점점 벗어나고...

    겨우 도착한 육지에서 큰바위를 기준삼아 아래로 내려왔으나 저기다 싶은곳에 가면 엉뚱

    한 번호만 자꾸 나왔다. 이러기를 여러차례, 아직 한개밖에 못찾았는데 시간은 벌써 13:40분이 되었다.

    이러다가 골인지점으로 들어갈수나 있을런지 조바심이 났다. 창피스러움을 무릅쓰고 지나가는 오리엔티어에게 위치를 물어보았다. 내 위치는 목표지점에서 약100미터 아래쪽이었다. 이제는 차근차근 찾아보리라 다짐하며 작은 봉우리를 지나고 돌을 확인하고 주행가능지역을 지나 트인땅의 작은 골짜기 안에 있는 콘트롤을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고, 콧물 빗물이 한꺼번에 입속으로...눈물을 훔치고 빗속에 힘차게 콧물을 팽개치며 신호음을 확인. 그러나 시련은 거기에서 끝난것이 아니었다.


    3번은 습지건너 동북방향으로 주행가능지역과 트인땅이 드문드문 섞여있는 곳의 작은 구덩이였으며, 아까보다 거리도 훨씬 짧은 220미터 정도였다.될수 있는한 습지를 짧게 건너는 방향으로 코스를 잡아 전진. 첫번째 체크포인트인 봉우리를 지난다음 습지를 건너 그 다음의 작은 봉우리까지 도착. 이제는 정북방향으로 약120미터 정도의 습지를 건너면 되었다. 어쨌든 마른땅을 밟는것 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을 지나 바위를 확인하고 구덩이를 찾았으나 마땅히 있어야 할 구덩이가 없다. 번번이 이게 무슨 꼴인가!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아까 확실하게 짚어왔던 작은 봉우리까지 되돌아가 다시 시작. 한숨이 절로 나오고, 의욕은 상실되고, 시계보기가 두려워졌다.어떻게 할까!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한국도 아니고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중도포기하기는 너무나 억울했다. 오냐, 끝까지 한번 해보자!


    드디어 3번을 찾고 다음은 4번. 370여미터 거리의 트인땅과 통행곤란지역의 도랑끝지점의

    4번은 마치 쉼터 같았다. 골에 있는 5번도 비교적 쉽게 안착.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이제는 방향을 재어 직선으로 공격하는 것이 겁이 났다.

    6번은 안전하게 길따라 가다가 삼거리에서 식수대를 확인하고 방향을 재어 공격, 오케이.


    7번을 보니 가슴이 또 두근거린다. 직선거리로 800미터 지점의 돌과 돌사이. 험난한 가시밭길이 따로 없다. 가능하면 습지를 건너지 말며 뛰지않고 걷기로 했다.

    우선 130미터 거리의 도랑을 1차목표 삼고, 그 다음은 벌채지, 200미터 거리의 돌무더기

    까지 무사히 안착, 어쩔수 없이 습지를 건너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음 마지막 체크포인트인

    큰바위를 향해 전진.위로 더 올라간것 같아 아래쪽으로 100정도 진로 수정, 드디어 목표물 발견.나머지 8번과 9번을 향해 달려보지만 그 많던 오리엔티어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외로운 질주를 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골인지점까지 패잔병의 모습을 보일수 없어 마지막 힘을 다한다. 골인지점을 빠져 나오니 맥이 풀린다.

    대회장은 썰물이 빠진것처럼 썰렁했고, 몇몇 들어오지 않은 선수들을 기다리는 팀들이

    간혹 있을뿐 아침과는 아주 딴판이어서 생경스러웠다. 자랑스런 한국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창피스러웠고 남은 경기를 잘할수 있을지 걱정이 될뿐 자신감이 사라졌다.


    소요시간은 136'40" 등위는 129등, 4일간 토탈성적은 121등.

    쬐금 올라가던 성적은 다시 곤두박질. 오늘도 내 클라스의 1등은 어제와 같은 사람이었고 29'25"를 기록, 그에 반해 실격자들도 많이 나온것을 보면 테레인이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라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그나저나 순옥이도 여태 안들어왔는데 진행자들은 시설물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긴장되는 시간이었는데 멀리서 순옥이의 모습이 보이자 안도의 숨이 터져 나왔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대회장을 빠져나와 마지막 귀가 차량을 탈수 있어 정말 다행스러웠다. 숙소에서는 일행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으나 무사함에 기뻐하며, 미리 준비해 놓은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 우리가 세탁을 하는동안 내일 출발시간을 보러 문정만씨와 하태현씨가 대회본부에 갔는데 아직 않온다.

    첫날부터 네째날까지는 개인의 출발시간이 미리 나와 있었으나, 마지막날은 4일간의 경기성적을 종합하여 성적순으로 출발을 하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나 집계가 나오는 것이었다.


    22:40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두사람을 기다리다 취침.


    ▼연습경기2


    ▼속보소 광경입니다.


    각 후원사별로 나누어져 있어 우리들이 참가했던 클라스만 찍은 것입니다.

    A4용지에 빽빽하게 적혀 있습니다.


    오링겐 참가기(7월26일-금요일) 종합성적표를 받으며


    오링겐 마지막날이 밝았다. 날씨는 좋았고 기분또한 어제보다 훨씬 나아졌다. 오늘 나의 출발시간은 몇시가 되는지 지금부터 따져보기로 하겠다.

    1day- 1등과의 시간차는 34'07".

    2day- 1등과의 시간차는 22'28".

    3day- 1등과의 시간차는 20'09".

    4day- 1등과의 시간차는 107'15" 이므로 토탈격차가 182'37"이다. 내 클라스의 첫 주자의 출발시간이 10시 정각이므로, 1분 간격이라면 나는 그로부터 182'37"후에 출발하게 되는데 인터벌을 어떻게 정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10:05 성적이 성적이니만큼 편안하게 아침을 먹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대회장은 숙소에서 도보로 40분 거리의 가까운 곳이라 차를 타지 않았다.

    10:45 대회장 도착. 본부겸 도착지점인 이곳은 주변보다 높은 곳으로 군대의 연병장 같았다.

    결산대회를 치루는 날답게 마이크에서는 계속 엘리트 클라스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중계하기 바빴고, 모든사람들의 시선도 대형 모니터와 도착라인을 향하고 있었다. 흡사 시골학교 운동회날 같다.


    내 출발시간은 12:02:15였고, 순옥이는 그것보다 더 늦은 13:51:30 이다. 이미 하태현씨는

    출발을 한 상태이고 문정만씨가 11:28경 이므로 준비중이었다.

    제일높게 설치해 놓은 본부석에서는 벌써 각클라스의 우승선수들을 불러올려 시상식을

    하고 있었다. 문정만씨가 출발하는 것을 보고 나도 슬슬 준비하여 1500미터 거리의 출발

    구역으로 이동. 10시 첫출발이었던 내 클라스는 11:00까지는 1분간격, 12:00까지는 45초간격, 그 이후는 15초 간격으로 정해져 있었다. 덕분에 나의 출발시간이 예상보다 조금 앞당겨졌다.


    출발구역도 오늘은 매우 바쁘다. 한사람씩 불러 선수를 확인한 후 들여보냈다.

    12:02:15 출발.

    경기장은 지도 위쪽 반이 습지대였고 호수를 중심으로 아래쪽은 돌이 많은 지역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내 클라스는 주로 아래쪽에 콘트롤이 분포되어 있었다.

    1번은 두개의 코스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둘다 한번은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했다.

    도랑을 건너 위쪽길을 선택. 봉우리를 지나 송전선에 다다라 방위각 측정, 목표물 공격.


    2번은 체력을 요구한다.

    서북서 방향으로 직선거리 약 700여미터의 작은 골짜기. 옆으로 송전선과 나란히 달리다가 도로 가까운 등성이에서 방향을 수정하여 길따라 전진. 삼거리에서 좌측아래 계곡으로 들어가 골짜기를 세어가며 목표물 공격. 그러나 첫번째 골에서 실패,

    그 다음골에서 성공.


    3번은 북쪽으로 350미터 거리의 작은 흙봉우리. 주력을 요하는 곳.

    4번은 동쪽 200미터 지점으로 벼랑아래였다. 오른쪽 길을 넘어 습지대를 건너 식수대를

    체크포인트 삼아 달려 쉽게 찾을수 있는 곳이었다.

    5번 역시 거리가 멀긴 했으나 특별히 어려운곳은 없는 지점의 벼랑이었고, 6번은 중간의

    출입금지구역을 끼고 돌아가는 것이 약간 힘들긴 했으나 북동쪽에 있는 골짜기에 쉽게

    안착. 7번은 정북쪽의 호수 아래 남쪽 흙봉우리.마지막 8번은 트인땅의 집이었다. 길만 잘 골라 달리면 되는곳. 골인지점까지는 300미터로 직선길에 바닥도 고른 흙길이어서 달리기 좋았다. 골인지점의 구름다리위에는 다른날 없던 각국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어 축제분위기를 더해 주었다.

    12:55 골인.

    골라인 마지막 지점에서는 SI카드를 반납받으며 참가기념품을 나누어 주었다. 아직 시간이 넉넉한 순옥이가 골인지점에서 반겨주었고, 문정만씨는 샤워장에 갔다고 한다. 오늘기록은 53'33" 성적은 105등.이로서 5일동안의 대회종합성적은 117등.염치없는 성적이다.


    13:20분경 순옥이가 출발지점으로 향하고, 빗방울과 바람을 동반한 날씨에 문정만씨는

    춥다며 숙소로 먼저 돌아가고 기나긴 기다림에 홀로 대회장을 서성인다.

    마지막 500번 콘트롤앞에서 마냥 기다리다 지쳐 베이스로 들어왔더니 순옥이가 기권하고

    들어와 있다. 17:40 숙소도착하여 저녁식사를 마친후 대회본부에 들려 지도와 엽서구입.

    임시상가는 듬성듬성 철시를 시작하여 썰렁하고 마지막 세일을 하는 일부 점포만 분주

    하지만 김빠진 맥주처럼 흥겨움이 사라졌다. 본부를 빠져나와 수퍼에 들렸는데 그제서야

    순옥이가 감자를 삶느라 가스불을 켜놓고 왔다고 한다. 가슴이 철렁하면서도 버너가 건물

    밖에 있어 조금 안심은 하면서도 헐레벌떡 숙소로 뛰기 시작했다.

    21:20 숙소귀환.

    다행히 문정만씨가 냄새를 맡고 불을 껐지만 새카만 감자와 콕헬 밑바닥이 상황의 심각했음을 말해준다.


    이제 5일간의 대회도 끝이났고 자축하자며 순옥이가 사온 맥주4캔은 분위기 파악 못하는

    남자들로 인해 둘이서만 홀짝 홀짝. 내일 일정에 대해 의논하다가 문정만씨와 약간의 의견충돌. 제일 나중에 합류한 하태현씨는 먼저 귀국을 하고 나머지 세명은 핀란드의 투루크로 건너가 오리엔티어링 경기하는곳을 찾아가기로 일단락.


    벌써 자정이 넘어버렸다.

    함께했던 노르웨이 가족은 떠나버렸고, 다른사람들도 외출중이어서 교실에는 우리만 남았다. 말로만 듣던 오링겐을 직접 체험하고 나니 배운것도 많았지만 부러움과 절망감이 동시에 몰려온다. 우리가 어렵사리 걸음마를 하고 있을때 여기는 질주를 하고 있음이다.

    오리엔티어가 따로 없다.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할수 있는 평생의 스포츠임을 이제야 실감하며 우리의 교육현실을 되짚어본다. 공부만을 지상제일로 삼는 교육현실. 1등만을 외치는 부모들. 우리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뛰어놀며 자연을 접할수 있는 날이 올때 그때 비로소 우리 오리엔티어링은 새날을 맞이하게 될것이다.

    그나마 활동하는 오리엔티어들이 인내와 용기를 갖고 좋은날 맞이할수 있도록 간절히 빌어본다.


    열정을 가진 오리엔티어들이여, 용기를 냅시다! 열심히 뜁시다!

    정애란

    마치 스웨덴에 와 있는 기분입니다.

    너무나 훌륭한 글솜씨에 마치 스웨덴에서 경기를 하는 기분입니다.

    재밌구요... 고생도 참 많으셨네요.

    앞으로도 재밌는 글 남아있죠???

    자료:나침반클럽


    91개(13/13페이지)
    참가후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이전 글쓰기새로고침
    처음페이지이전 10 페이지111213다음 10 페이지마지막페이지